2017.09.07 13:35

촛불혁명과 호남정치

조회 수 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촛불혁명과 호남정치

 

170907_hani.JPG

은우근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나라가 바뀌고 있다. 이 나라 권력을 장악했던 세력의 사악한 음모와 추악한 권력 남용의 실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변화의 시원과 그 동력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권력을 교체시킨 촛불시민의 힘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지방분권과 선거제도 등을 포함한 헌법 개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역에서의 민주주의 심화와 내실화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삼성그룹의 실세에게 전해진 낯뜨거운 문자메시지들은 언론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이 삼성과 어떻게 유착하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유사한 일들이 지역에서는 없을까. 지역 토호 자본가, 정치인, 사법권력, 언론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한 정치인의 연구소 개소식에서 대선 후보였던 호남 출신 정치인이 한 말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는 “이제는 지방자치를 반성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적지 않게 놀랐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가 꽤 지났음에도 매우 참신한 제안처럼 말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개혁적이라고 평가받는 정치인조차 중앙정치 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렇듯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부문에서 심각하게 중앙 중심적이다. 민주화운동도 중앙집권적인 독재에 대항해 민주-반민주 대립으로 형성된 구도에서 중앙권력의 변혁·변화를 지향해왔다. 어쩌면 당연했다. 국가권력의 비민주성이 중앙과 지역을 막론하고 사회 발전의 핵심적인 걸림돌이었던 탓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민중은 부패한 독재자들이 유린한 민주주의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끈질기게 거듭했다. 호남대중은 거의 언제나 이 행진 대열의 선두에 섰고 그 희생은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의 변혁, 국가적 차원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중앙권력이 민주화되는 수준만큼 지역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서 혁신과 변화가 이루어졌을까? 호남대중은 ‘뒤늦게’ 깨닫고 있다. 민주적인 중앙권력을 획득했다고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저절로 심화·발전하는 것이 아님을! 영호남 지역에 기반한 극한적 대립의 양당제 구도에서 호남대중은 중앙권력의 획득을 위해 동원되는 ‘졸’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나는 이를 87년 체제의 지역적 유산이라 간주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중앙에서는 독재적 국가권력을 비판하는 흉내를 내면서도 지역에서는 부패한 토호 지배권력과 한통속이 되었다. 그들은 정치의 모든 문제를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 기반한 정치세력이나 또는 중앙권력을 장악한 세력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오류와 타락을 쉽게 은폐해왔다. 그들은 때로 ‘호남정치의 복원’, ‘호남을 위한 정치’라는 그럴듯한 주장을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이 위협당할 때의 선동인 경우가 많다. 지역의 민주주의를 혁신할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중앙권력의 지역 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지분이 사실은 자기들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호남정치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진솔하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다. 그 담론들은 상투적이고 진부할 뿐 아니라 기만적이다. 이렇게 87년 체제 이후 한국 정치를 특징지어온 대립적 의존 구조가 호남지역 ‘적폐 정치세력’의 놀이터가 된 셈이다. 이 구조의 오랜 수혜자들이 ‘적대적 공생관계’의 정치를 타파하자는 대열에 서 있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아이러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회·정치적 기득권을 연명하기 위한 온갖 그럴듯한 주장이 난무하겠지만 이전처럼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이 호남의 적폐 정치세력이 퍼뜨린 허구적 논리의 환상에서 깨어났기 때문이다. 호남 촛불시민의 동력으로, 지역에 누적된 모든 모순과 부조리가 남김없이 드러나고 지역 민주주의의 혁신을 위한 멋진 경쟁이 펼쳐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09885.html#csidx859b26e084d472aba143990629b7e81 

TAG •